'exhibition'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08.09.05 review
  2. 2008.05.20 ganaartspace/

review

 
움직이는 방

최양희 회화展

2007_1205 ▶ 2007_1211

최양희_탑쌓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가나아트 스페이스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1205_수요일_05: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02_734_1333
www.ganaart.com




상승과 확대의 상상적 시·공간, ‘움직이는 방’● 최양희의 2007년 ‘움직이는 방’은 2005년 ‘둘 곳을 찾다’의 두 번째 개인전 이후 2년만의 전시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마음과 몸이 머물고 있는 ‘여기’와 머물고 싶은 ‘그 곳’ 사이, 잠듦과 깨어남의 방향 사이에 간극이 존재함을 표현하였던 ‘둘 곳을 찾다’ 전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최양희_마음 쌓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07_좌
                                             최양희_탄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07_우


최양희_감추어진 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07


‘움직이는 방’의 대부분의 작업들은 발랄과 생동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움직이는 방’에서 움직임, 즉 발랄함을 실어 나르는 것은 선물들이나 벽돌들인데 이들은 기쁨과 안전을 상징한다. 쌓이고 퍼지는 선물과 벽돌들은, 포장을 풀지 않은 채 수직으로 솟아 오르거나(선물), 견고한 벽체로 완성되지 않은 채 영역을 넓히면서(벽돌) 상승과 확대의 은유적 도식을 동반한다. 위쪽을 향한 상승의 방향과 넓은 옆쪽을 향한 확대의 방향은 작가 자신의 경험적이고 실존적인 공간과는 다른, 상상적 시·공간을 상징한다. 이 상상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튕기듯 솟아오르는 박력있는 성취는 꺼질 듯 침몰하는 우울한 되새김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거나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다. 밝고 급한 비약적인 상상력이 이 공간에서 모든 무게를 앗아가 버린 까닭이다.

 
최양희_상상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62.2cm_2007

어둡고 느린 실존적 무게가 삶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을 드러낸다면, 작가는 ‘움직이는 방’에서 상승과 확대의 방향을 통해 삶에 대한 기쁨과 안전함을 무제한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삶, 저 너머에서 작가는 거처없이 불특정한 존재이므로 공격이나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쁨과 안전의 이미지는 육체적 시간의 흔적들을 지워 버림으로써 경계나 장애를 벗어나고 있다.

 
최양희_그녀의 낙서-그때 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20cm_2007


〈여러 개의 문이 있는 탑〉,〈움직이는 탑〉,〈흐르는 탑〉,〈만들어지는 탑〉,〈감추어진 것〉등과 같은 일련의 ‘탑’ 작품들은 작가가 깨어나 확인하는 자신의 방이 높아지고 넓어져서 모양을 이루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지금의 방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못하였으나 막연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방의 움직임은 외연적이고 부산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불쑥불쑥 튀어오르고, 시간 저 너머로 비약하면서 춤을 춘다. 삶의 영역은 넓어지고 두께도 생겨나 작가의 방은 열려진 세계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앞으로, 혹은 위로 향하는 방의 움직임은 창작의 열정이 확인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최양희_움직이는 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0.7cm_2007_좌
최양희_여러개의 문이 있는 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0.7cm_2007_우


‘탑’ 작품들과 달리 〈그녀의 낙서-그때 그〉,〈그녀의 낙서-찰나의 자유〉,〈상상공간〉,〈자화상〉들은 부드럽고 연약한 내면의 축을 따라 진행되는 작가 자신의 방에 대한 환상을 보여준다. ‘탑’들보다 작가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지 않는 듯 미세하여 작가의 방은 안으로 향해있다. 안으로 쏠린 방에서 작가의 환상은 시간을 내면화하여 절망의 나락과 열광의 흥분을 한데로 모아낸다.

 
최양희_흐르는 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 116.8×273cm_2007


〈gift tower〉작품들은 작가의 상상적 열기가 꺼져버릴 것을 염려하면서 작가가 스스로에게하는 의식적 다짐이다. 선물은 완벽한 평온, 안전한 기쁨의 보장을 약속하는 원초적 상징이다. 느닷없이 다가온 충일의 순간에 자신의 빈한을 기억함으로써 기쁨을 예치하는, 일종의 저장고가 선물인 것이다. 그래서 표현과 의미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 선물은 포장을 풀지 않아도, 선물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도 작가의 방에 빛을 비춘다. 〈gift tower〉들을 통해 작가 최양희는 밝음의 내면적 몽상가로서 드러난다.

 
최양희_움직이는 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30.3cm_2007


‘움직이는 방’에서 어두움은 밝음의 상상적 공간에서 배제되어 있다. 기쁨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작가의 욕망이 끈질기게 표현된 이번 전시에서 반복되고 있는 주제는 부재와 상실의 유혹을 넘어서기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이 주제는 밝음의 상상적 공간이 구체적 양상을 띠고 실체감을 획득하면서 확실히 드러난다. 따라서 움직임, 혹은 변화의 가능성은 밝음, 또는 상승과 확대의 손아귀에 달려있다. 움직임이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되풀이하여 순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움직이는 방’에서 상승과 확대의 이미지가 한결같이 추락과 축소의 징후를 호소하는 듯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깊이있게 사는 방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 임정희

ganaartspace/

01234567891011121314
prev 1 ··· 3 4 5 6 next